게다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은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잿빛' 전망으로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는 커지고 있다. 투자 부진 장기화로 성장 엔진까지 꺼지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3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2%)에서 올 1분기 1.0%로 반짝 반등했으나 2분기 0.6%로 내려앉았다가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2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는 성적표가 나온 것은 내수를 떠받치는 투자가 크게 악화돼서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이끌었던 건설 경기 위축으로 건설투자가 곤두박질쳤다. 3분기 건설투자는 6.4% 감소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도 4.7% 감소해 전분기(-5.7%)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오랜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당장 투자를 늘릴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투자 현황 파악 및 정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4분기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은 15.7%에 불과했다.
내년 투자 전망도 밝지 않다. 한은이 지난 18일 발표한 '2018~19년 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2.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설비투자는 점차 반등해 내년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지난 2017년(14.6%) 실적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그나마 소비가 괜찮다고는 하지만 내수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올 3분기 소비는 0.6% 증가하며 전분기(0.3%)보다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최악의 고용 한파가 소비 심리를 강하게 누르고 있는 가운데 물가 오름세,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앞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될 여지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 내년 2.6%로 각 0.2%p와 0.3%p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기존 3.0% 전망치를 올해 2.7%로 낮췄다. 국내에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2.8%, 내년 2.6%로 보고 있고, LG경제연구원도 올해 2.8%, 내년 2.5%를 전망하고 있다.
한은도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7%로 0.2%p 낮춘 상태다. 한은의 전망대로 올해 우리 경제가 2.7% 성장을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 0.8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반등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과 민간이 움직이지 않고 있고, 고용 환경까지 악화돼 전체적으로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SW <저작권자 ⓒ 우리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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